여기가 물방골이다.
1. 날 짜 : 2021년 5월 25일
2. 동 행 : 집안 조카와 함께
3. 이야기
언젠가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마을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라야 모두 열 사람 정도 이다. 그마저도 나이가 많아서 거동이 힘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요양보호사 두 사람이 현재 돌보고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30-40년 전에는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제법 있었던 마을인데 생산되는 것이 없으니 모두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가버리고 남은 사람들은 노동력이 없는 사람들 뿐이다.
동네 이름이 ‘물방골’이다. 예전에는 이 마을에 물레방아가 있어서 이름이 물방골인지 아니면 사철 물맛이 일품이었던 맑은 물이 솟아나는 곳이라 물방골인지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다. 마을 이름에서 청정지역이고 오지라는 느낌이 온다.
오늘 간 곳은 사람의 인적이 끊어진지 오래된 골짜기다. 예전에 사람들이 다녔던 산골짜기의 희미한 길 흔적을 따라 제법 멀리 까지 갔다. 만약 혼자였다면 이 길은 벌써 포기하고 돌아섰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서로가 힘이 되어주는 동행이 있어 또 다른 용기를 갖고 가고있다.
이 골짜기를 지나 산을 하나 넘으면 온정면의 오지마을 이라는 부달마을에 가게된다. 예부터 내려오는 지명이 제법 내가 어렸을 때 들었던 것 같은 이름들이다. ‘물방골을 지나서 한투재를 넘어가면 부달이 보인다. 물방골, 중놈재, 샘터자리, 높은 다리, 부달을 거쳐 문골, 외선미, 금산재 등의 이름들이 지금은 자꾸 잊혀져 가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옛 고향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또렷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이름들이다.
내가 어릴적에 엄마가 영양에 생선이나 특산물을 머리에 이고 오곡1리에 있는 우리 집에서 영양 까지 걸어가서 그 곳의 고추나 곡식을 교환하거나 사고 팔아서 저녁 늦게 돌아오는 것을 여러 번 본 일이 있다. 그 때도 오늘의 이 길을 걸어서 갔다온 것이다. 그 먼 산길을 걸어서 갔으니 참 고된 삶을 살고 가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온정면에서 가장 오지가 부달이라 하였으니 오늘은 대단한 용기와 호기심을 갖고 살폈던 것이다. 여기를 지나 영양을 가는 구주령을 넘나들었던 그 분들의 정성을 생각하면 오늘의 경혐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방골 골짜기를 더 깊이 들어가니 숲이 우거져서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골짜기에는 물이 흐르지만 이 물도 깨끗한지 아닌지 지금은 모른다. 숲이 우거지니 빛이 부족하거나 빛이 없고 이런 환경에서는 키가 작은 나무나 풀들은 생장하지 못하고 모두 도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도 간간이 비치는 빛을 받아서 그나마 명을 이어가는 풀과 키가 작는 나무들이 있을 뿐이다. 이런 길을 몇 시간 걸어서 부달로 가는 언덕 까지 간 일만 해도 대단한 살핌이다. 이런 골짜기에 몇 년 전 태풍으로 산사태가 나고 나무들이 많이 말라죽었다.
오늘은 동행이 있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살피면서 호기심 반으로 채웠던 오후 시간이었다. 만약 혼자서 이 골짜기를 지나는 경우라면 그리 여유롭고 흥미 있는 살핌은 없었으리라 생각되었다.
이야기를 추려보면 옛날의 길은 오늘의 길이 아닌 지름길을 이용하였으니 모두가 산등성이를 넘고 들판을 가로질러서 서로 왕래하였으리라 생각하니 비록 상상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앞서 살다간 옛 선인들의 생활을 오늘에 다시 체험해 보는 값진 시간을 가진 오늘이 매우 자랑스럽다. 나무와 풀은 어디나 있는 것이어서 잘 살필수 있었다.
살핌을 마치면서 오랜만에 이 깊은 산속의 절 수진사를 찾았다. 스님은 출타중이고 텅빈 절이다. 스님이라고 신선이 아닐진대 일이야 없겠는가? 대웅전이 있는 자리만 살펴보고 돌아왔다. 조용히 오늘 살핀 내용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생각에 잠긴다.
이 골짜기의 초목에 대한 내용은 내가 처음임을 자부하면서.
<사진 1> 남부지방의 깊은 산에서 볼 수 있는 나무 '까마귀베개'다. 과연 이 곳에서도 잘 자랄까?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예상은 자랄것 같다. 무식이 용감하니까?
<사진 2> 붉은가시딸기 또는 곰딸기라 부르는데 꽃은 휜색으로 핀다.
<사진 3> 온정의 신선골에서 본 좁쌀풀이 여기도 보인다.
<사진 4> 열매가 영롱하게 보이는 작살나무.
<사진 5> 이 골짜기에 광대싸리도 자라고 있다.
<사진 6> 성류굴 주변에 많이 보였던 산조팝나무.
<사진 7> 꽃은 아름다운데, 식물체에 강한 독성이 있는 투구꽃.
<사진 8> 이고들빼기 - 먹을수 있는 풀이다.
<사진 9> 고광나무
<사진 10> 백선이 꽃을 피웠다.
<사진 11> 국수나무가 한창이다.
<사진 12> 넉줄고사리 군락.
<사진 13> 골짜기에 다래덩굴이 아주 많다.
<사진 14> 다릅나무.
<사진 15> 이 골짜기에 또 많은 나무는 초피나무다. 언제 사람이 살았다는 이야기인가?
<사진 16> 쪽동백나무.
<사진 17> 어린 고로쇠나무.
<사진 18>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올괴불나무도 보인다.
<사진 19> 돌담이 보인다. 언제 사람이 살았는지 아니면 경작지의 표시인지?
<사진 20> 화살나무도 많다.
<사진 21> 산사태가 많이 난 곳이다.
<사진 22> 산수국.
<사진 23> 산골무가 꽃을 달고 있다.
<사진 24> 어떤 사람들이 이 곳에서 거처하는가? 약초꾼? 특산물을 채취하는 사람? 여기는 국유림인데.
<사진 25> 시원스럽게 자란 피나무 형제.
<사진 26> 나비나물.
<사진 27> 소태나무도 많이 보인다.
<사진 28> 으아리의 자람이 아주 튼실하다.
<사진 29> 배초향이다. '방아잎'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방아풀'은 틀린 이름이다.
<사진 30> 물방골 입구에 있는 산사 수진사 대웅전. 올라가는 길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
<사진 31> 대웅전 앞 대나무밭에 몰래 장사를 지냈다는데 과연 발복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사진 32> 절 마당에서 잘 자라고 있는 팽나무 한 그루.
<사진 33> 괭이밥이다. 숫자가 많으면 아름답게 보인다.
<사진 34> 말채나무 - 잎이 마주나고 잎맥이 4-5개다.
※ 감사합니다. 물방골을 살피고 올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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