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도시락을 싸 다니신다">
1. 날짜 : 2024년 9월 23일
2. 장소 : 대구·포항 고속도로 대구 방향
3. 이야기
며칠전 집 에어컨이 고장이다.
바람이 나오는 곳 중간에 물이 콸콸 흐른다. 맑은 물이긴 하나 바람이 나와야 할 곳에 물이 흐르니 비상 상황이다.
날씨는 무덥다못해 볕이 따갑고 늦더위라서 푹푹찐다. 승용차는 에어컨을 틀고 다닌다. 세워두면 차 아래로 물이 흐르는 현상은 보았지만 집안 에어컨에서 이렇게 물이 그치지않고 계속 흐르는 일은 처음이다.
응급조치로 에어컨을 끄고 찌는듯한 밤을 지낸다. 이렇게 이틀 밤을 지새고나니 더 이상은 견뎌낼 자신이 없다. 그래서 더위를 피한다고 시골집에 갔다. 그런데 가는 날부터 연일 비가 내린다. 그래도 시원하니까 비가 와도 좋았다.
오늘은 월요일이다.
사람들이 출근을 하는지 이동하는 차가 많다. 아침을 간단하게 죽으로 대신하고 집을 나선다.
운전대를 잡은지 한 시간은 지났다.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 영천휴게소에서 잠시 주차를 하고 쉰다.
그런데 요즘은 몸이 커피를 바꾸도록 요구를 한다. 지금 까지 맥심커피를 그래도 마셨는데 어느새 입맛이 바뀌어 가고 있다. 아메리카노에 얼음을 넣고 빨대를 꽂아서 들고 다니거나 집에서 마신다. 지금 까지는 휴게소 매점에 간이 까페가 있어 커피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판매를 하였는데 오늘은 직원이 청소만 하고 커피는 만들 생각을 않는다. 저쪽 로봇이 일하는 매장에서 주문하란다.
요즘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로봇들이 생활의 여러곳에서 사람들의 일을 돕고 있다.
식사를 나르는 로봇은 벌써 생활에서 일상화 된 것은 오래전이고 휴게소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도 모두 자동시스템에 의한다.
그래서 이웃집 연세 많은 내외분은 휴게소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 일에 서툴러서 아예 빵으로 먹는다.
그래서 늘 빵을 준비해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벌써다.
현재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일 까지는 내 수준에서는 충분히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24시간 로봇이 커피를 담당하고 있다.
영천휴게소에서 로봇이 커피를 판매하는 모습은 오늘 처음이다. 신기해서 한동안 구경을 한다. 신기하기도 하고 어딘가 먹기위해서 먹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커피는 맛도 있어야하지만 그 속에 사람의 정성이 깃들어 있어 커피의 맛이 더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이제 구경은 하였으니 로봇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셔야 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주문을 한다.
처음 따스한 커피를 마실것인가 찬 커피를 마실 것인가를 정하고 순서에 따라 주문을 완성하는데 신기함에 살피다보니 결재 시간을 놓쳐서 다시 해야 한단다. 다시 순서에 따라 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구경하던 중년의 손님이 거든다. 방법은 서툴지만 과정은 터득하였는데.
그런데 이 분이 하는 말에 주변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는다. 이런 전자기기를 이용한 주문이 어려워
"우리 아버지는 아예 도시락을 싸 다닌다"
고 한다. 한편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말씀이다. 서투런 솜씨에 주문과 결재를 쉽게 할수 없으니 아예 도시락을 싸서 먹는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먹지도 못하는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어딘지 모르게 서운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금을 갖고도 사먹지를 못하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여려움 없이 생활하는 여건이 일상속에 갖추어져야 겠다는 생각 뿐이다. 그리고 주문하는 메뉴에 한글을 사용하고 곁들여 외국어를 덧붙이면 불편함이 있는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면 외국어와 우리말을 함께 해서 주문과 처리에 도움이 되는 날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로봇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갖고 차에 오른다.
로봇이 만들어주는 커피는 컵에 물을 준비하고 다음 커피를 받아서 주문한 내용을 바코드로 확인하고 손님에게 전달해준다. 로봇이 하는 일은 여기 까지이고 그 다음 포장해서 들고 다니는 일은 주문자가 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뚜껑을 덮고 빨대를 준비하는 일은 주문한 사람의 몫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로봇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처음 마신 날이 오늘인 2024년 9월 23일이라서 기록을 남긴다.
맛은 그냥 그런대로 마실만 한데 여기에 생각을 더하니 맛이 야릇하기 까지 하다.
오늘 우연히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또 다시 이런 기회가 있으면 이제는 오늘처럼 서먹하지는 않으리라는 체험담으로 로봇의 모양 일부를 올린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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